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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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지로의 여름 | Summer of Kikujiro

10.23.(일) 14:30 CGV 인천연수 2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유쾌한 로드무비. 9살 ‘마사오’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빠는 사고로 죽었고 엄마는 멀리 돈을 벌로 갔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이 되자 부모의 빈자리가 크게 다가온다. 할머니는 평소와 같이 일을 하러 가고, 친구들은 모두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학교 축구부도 방학 동안은 쉬기 때문에 혼자 지내야 할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마사오는 우연히 엄마의 주소를 발견하게 되면서 엄마를 만나기 위해 용돈과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선다. 그러나 동네를 벗어나기도 전에 깡패들에게 붙잡혀 돈을 뺏긴다. 다행히 그 주변을 지나던 ‘기쿠지로’와 그의 아내가 마사오를 구해준다. 이제 철없는 백수 기쿠지로가 마사오의 보호자가 되어 둘은 함께 마사오의 엄마를 찾으러 먼 길을 떠난다.

그러나 산만하고 장난기 많은 기쿠지로는 마사오의 엄마를 찾는 일은 뒷전이다. 아내가 준 여행 경비로 경륜을 하거나 술집에서 술을 마신다. 돈이 없어 훔친 택시가 고장이 나서 막무가내로 남의 차를 얻어 타기도 한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어울려 놀기도 한다. 그래서 목적지에의 도달은 계속해서 지연된다. 마침내 엄마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엄마는 이미 다른 이들과 단란한 가족을 이루고 있었다. 실망한 마사오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뒤돌아서 걸어간다. 기쿠지로는 그런 그를 위로하기 위해 애쓴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힘을 합쳐 마사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다양한 놀이를 한다. 이제 마사오와 기쿠지로가 엄마를 찾아 떠나는 긴 여정의 의미는 목적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함께 보내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은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하기 위한 시간이어야만 한다. 가족을 가족답게 하는 것은 혈연이나 제도적 인정이 아니라 공유하는 시간이다. 특히나 기쿠지로는 놀이에 특화되어 있다. 그에게 여가 활동은 일터에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재충전의 차원을 넘어선다. 호텔 영업을 지속해서 방해하고, 방향이 다르다며 태워주기를 거부하는 운전사의 트럭 유리창을 박살 낸다. 그것은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며 나아가 인간의 놀이 시간을 빼앗는 노동을 위협한다. 노동 중심의 사회는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계를 통제하려 하기 때문이다. 놀이의 시간은 다양한 관계성을 실험하는 시간이다. 새로운 친밀한 관계는 다른 목적 없이 마음껏 유희하는 시간 속에서 시작된다. (김경태)
영화 해설
김혜리

1995년부터 『씨네21』에서 영화와 영화인들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펴낸 책으로 『영화야 미안해』, 『그녀에게 말하다』, 『영화를 멈추다』, 『진심의 탐닉』, 『그림과 그림자』,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묘사하는 마음』이 있다.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과 '조용한 생활'을 진행하고 있다.

Director
기타노 다케시
  • 8인의 수상한 신사들 (2015)
  • 아웃레이지 비욘드 (2012)
  • 아웃레이지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