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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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 Broker

10.23.(일) 14:30 CGV 인천연수 1관
‘소영(이지은)’은 사생아인 ‘우성’을 교회의 ‘베이비박스’ 앞에 두고 간 다음 날, 다시 찾으러 가지만 이미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가 몰래 빼돌린 후였다. 그들은 돈을 받고 아기를 입양시키는 ‘브로커’이지만 좋은 부모를 찾아준다는 명목을 내세우며 그 행위를 합리화한다. 그리고 그들을 추궁하던 소영은 우성을 입양할 부모를 찾기 위해 동행한다. 한편, 형사 ‘수진(배두나)’과 ‘이 형사(이주영)’는 상현과 동수를 현행범으로 잡기 위해 반년째 그들의 뒤를 쫓고 있다.

소영은 우성을 마치 ‘하자’ 있는 상품으로 취급하며 값을 흥정하는 부부에게 화를 낸다. 사실 그녀는 앞서 우성을 부정하는 친부를 살해했을 만큼 우성을 사랑하고 있다. 그녀에게 동화된 상현은 우성을 빼앗아서 죽은 친부의 부인에게 넘기려는 조폭을 살해한다. 죽은 이들은 우성을 그저 삶의 걸림돌이나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취급했기에 정당한 응징을 당한 것이다. 어느 순간, 영아 매매와 살인에 이르는 위법 행위들은 정당화를 넘어 우성을 지키기 위한 숭고한 희생으로 전회한다. 그들을 체포하려던 수진마저 우성을 향한 이들의 마음에 동화되어 돌봄에 동참한다.

자식을 낳고서 버린 것을 질책하는 수진에게 소영은 ‘낳기 전에 죽이는 게, 낳고 나서 버리는 것보다 죄가 가벼워?’라고 반문한다. 이것은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잉태된 아이는 반드시 태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내포하고 있다. 생명의 탄생은 무척 고마운 일이기 때문이다. 산모는 아이가 사생아일지라도, 일단 낳아야 한다. 이후에 아이를 키우는 것은 친모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육아는 공동체적 책무이다.

결국 아이를 낳고 버리는 것보다, 그리고 아이를 판매하는 것보다, 나아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것보다, 더 나쁜 짓은 태아를 지우는 것이다. 이처럼 영화에서 감독의 집요한 기조는 낙태에 대한 반대이다. 단지, 모든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기 때문이라는 원론적인 주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생명의 돌봄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임신 중단의 근거에 반박한다. 즉, 낙태를 찬성하는 진영의 논리 중 하나인, 산모의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는 사랑받지 못해서 불행할 것이라는 가정에 맞선다.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태어난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의 행복과 불행은 주변 사람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김경태)
Talk
정은주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퇴직한 후 ‘전국입양가족연대’, ‘아동권리보장원’,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 등에서 입양 교육 강사이자 웰다잉 강사로 활동 중이다. 책 『그렇게 가족이 된다 : 핏줄신화를 넘어 또 다른 가족을 상상하며』를 펴냈다.

Director
고레에다 히로카즈
  •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2019)
  • 어느 가족 (2018)
  • 세 번째 살인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