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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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 Youngju

10.23.(일) 11:30 CGV 인천연수 3관
19살의 ‘영주(김향기)’는 5년 전에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고 중학생인 남동생 ‘영인(탕준상)’을 홀로 보살피고 있다. 가장으로서 학업마저 포기한 채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책임진다. 그동안 마지못해 남매를 돌봐줬던 고모 부부는 대가로 그들이 사는 집을 자꾸 팔아버리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남매의 강한 저항에 부딪힌다. 남매는 부모와의 추억이 스며있는 집을 끝까지 지키고자 한다. 영주는 자신을 애 취급하는 고모를 향해 자신은 더 이상 애가 아니라고 받아친다. 그런데 영인이 학폭 사건에 연루되어 합의금이 필요해지자 고모를 찾아가지만 이미 그들에게서 마음이 떠났다는 잔인한 말을 듣고 만다. 이제 영주는 정말로 가족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만다. 스스로는 부정하고 싶지만, 영주는 아직 어른의 손길이 필요한 미성년자이다.

궁지에 몰린 영주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만든 교통사고 가해자의 집을 원망의 마음으로 무작정 찾아간다. 가해자인 ‘상문(유재명)’과 그의 아내 ‘향숙(김호정)’은 두부 가게를 운영하면서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하나뿐인 아들을 돌보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더욱이 상문은 사고로 사람을 죽였다는 트라우마로 여전히 괴로워하고 있다. 영주는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두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상문과 향숙은 소통이 불가능한 아들을 대신해 그녀를 보살피며 돌봄의 욕구를 충족한다. 영주는 부부에게서 아낌없이 주는 따뜻한 부모의 정을 오랜만에 느끼며 부모를 죽인 원수에 대한 복수심은 여지없이 무너져버린다. 자신의 삶에 비극을 가져온 이들이 이번에는 더없이 큰 행복을 주고 있다.

영주처럼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에 오히려 돌봄 노동으로 내몰린 청소년들을 ‘영케어러’라고 부르곤 한다. 그들은 가족들의 생계와 돌봄을 책임지기 위해 또래가 누릴 수 있는 삶을 포기하며 ‘어른’의 몫을 해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른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영주>는 영케어러를 이처럼 극단적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에 위치시키면서 돌봄의 의미를 배가시킨다. 돌봄이 간절하다면, 자신을 돌봐줄 이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돌봄은 모든 정체성의 의미에 앞서서 인간의 강렬한 본성인 결속과 유대를 위한 근본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화는 돌봄에 대한 매우 현실적인 우화로 다가온다.
Talk
조기현

스무 살 때 아버지가 쓰러지면서 '보호자'가 됐다. 무언가 읽고 보고, 누군가 돌보는 시간이 삶의 동력이 됐다. 누군가의 삶에 연료가 되고 싶어서 무언가 쓰거나 찍었다. 책 『아빠의 아빠가 됐다』, 『새파란 돌봄』을 냈고, 영화 <1포 10kg 100개의 생애>를 만들었다.

Director
차성덕
  • 사라진 밤 (2011)
  • 울지 않는다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