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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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세입자 | Dear Tenant

10.22.(토) 17:00 CGV 인천연수 1관
‘린’은 동성 연인 ‘리웨이’의 집에 세입자로 들어간다. 리웨이는 병든 어머니, 어린 아들 ‘요유’와 함께 살고 있었다. 리웨이가 세상을 떠나자 린은 여전히 집에 머물며 가장으로서 리웨이의 가족들을 진심으로 돌본다. 돌봄에 대한 의지로 요유를 입양까지 한다. 그러나 리웨이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평소 어머니를 잘 찾지 않던 리웨이의 동생이 와서 린이 유산을 노리고 어머니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한다. 결국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린이 지키고자 했던 것들은 부정되고 무너져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유를 지키고자 최선을 다한다.

동성애 규범적 진보 서사는 동성결혼 합법화에 이어 승인된 동성 부부의 출산/입양을 통한 가족 구성을 모델로 삼는다. 가족 안에서 어른과 아이는 부모와 자식이라는 기존의 이성애 규범적 사회에서 이미 익숙하게 학습한 역할을 수행/모방한다. 여기에서 관계 맺기의 동력은 관계 그 자체가 아니라 관계의 이름, 즉 부모-자식 관계의 사회적 인정이다. 그런데 이러한 진보 서사가 요원한 국가들에서는 영화를 통해 동성애자와 아이가 맺는 대안적인 관계성을 상상한다. 공교롭게도 대만의 <친애하는 세입자>를 비롯해 한국의 <정말 먼 곳>, 일본의 <히즈> 등 2020년에 공개된 일련의 동아시아 퀴어 영화들이 보여주는 경향이다. 게이들은 의도치 않게 아이와의 관계 속에 던져진다. 게이와 아이는 기존의 관계적 틀로부터 자유롭게 상호작용한다.

린은 요유를 열심히 돌볼 뿐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라는 강요를 하지 않는다. 호명은 부차적인 문제이다. 그것은 관계를 규정짓지 않고 그대로 열어두며 이름보다 돌봄의 의미를 오롯이 부각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요유는 법정에서 린을 아빠가 아니라 ‘아빠 2번’으로 부르고 싶다고 말한다. 그렇게 요유는 린에 대한 호칭을 스스로 발명하며 능동적으로 관계에 개입한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린의 게이라는 정체성을 아이 돌봄에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하며 그를 요유와 분리시키려 한다. 여전히 게이는 성애적으로 과잉된 존재이다. 관계의 근본적 작인은 정체성이 아니라 상호적 돌봄이어야 한다. 어떤 관계가 돌봄 수행으로 충만하다면 관계의 이름은 부차적이다. 다른 사회적 가치 평가를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오직 돌봄의 적극적 실천 하에서만 관계는 무한한 확장성을 갖는다. 그 안에서 관계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각자의 고유한 이름을 찾아갈 뿐이다. (김경태)
Talk
황두영

생활동반자법을 주장한 『외롭지 않을 권리』를 썼고, 『후보단일화 게임』도 썼다.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여기도잇슈’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 보좌관,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정치감각을 대변코자 한다.

Director
청유치에
  • 파나이 (2014)
  • 양양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