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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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 Boomerang Family

10.22.(토) 14:30 CGV 인천연수 2관
<고령화가족>에서 윤여정은 각자의 사연으로 본가로 돌아온 장성한 삼 남매를 군말 없이 품고 돌보는 관대한 홀어머니 ‘남순’으로 등장한다. 백수인 큰아들 ‘한모(윤제문)’는 한때 깡패 짓을 하며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영화감독인 둘째 아들 ‘인모(박해일)’는 영화가 망해서 옥탑방 월세조차 못 내고 있다. 막내인 딸 ‘미연(공효진)’은 두 번째 이혼을 위해 중학생 딸과 집을 나온다. 그런데 정작 남순이 남편과 낳은 자식은 인모뿐이며, 한모는 남편의 전 부인이 데리고 왔고 미연은 남순의 외도로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순은 어느 누구 하나 차별하지 않고 보살펴왔다.

자식들은 얼굴만 마주 보면 서로 으르렁대고 티격태격하지만, 남순은 잘잘못을 따지며 편을 들거나 훈계하지 않고 싸움을 말리기만 한다. 그 이면에 존재하는 형제간의 깊은 애정을 알기에 일상적인 다툼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 태도는 고스란히 자식들에게도 스며들어 있다. 그들의 다툼은 애정의 서투른 표현 방식이다. 반면에, 남순은 자식들이 뭉쳐서 외부의 적(?)과 상대할 때는 오히려 가만히 관조하거나, 나아가 독려하기까지 한다. 횟집에서 자식들이 시비가 붙어서 다른 손님들과 싸우는 장면에서, 혼자 아무렇지 않게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흡사 조직의 외유내강한 보스처럼 보이기도 한다. 남순은 더없이 온화한 태도로 자식들을 자기 방식대로 길들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순은 자식들에게 매일 삼겹살을 구워주며 가모장으로서 가장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역할, 즉 자식들을 배불리 먹이는 최소한의 역할에 열중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나이에 걸맞은 사회적/경제적 성공을 요구하거나 기대하지도 않는다. 또한 남순이 자식들을 포용하는 모습은 전통적인 가부장이 자신의 권위와 규율에 복종한다는 전제하에서 시혜적으로 베푸는 관용과는 분명 다르다. 남순에게는 자식들에게 존중을 요구하는 일말의 권위도, 자식들이 지켜야만 할 규율도 없다. 또한 그녀는 정절과 희생으로 귀감이 되는 현모양처의 이미지와도 거리가 멀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화장품 외판원으로서 돈을 벌고 연애하며, 나름 독립적이면서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순남은 ‘같이 살고 같이 밥을 먹는다’라는 가족의 가장 원초적인 정의로 회귀하며 그것의 본래 의미를 환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족의 재발명은 바로 그 기원의 재고로부터 출발한다. (김경태)
Director
송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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