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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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주는 여자 | The Bacchus Lady

10.22.(토) 18:00 CGV 인천연수 2관
<죽여주는 여자>에서 윤여정은 박카스를 팔며 성매매 하는 노인 ‘소영’으로 분했다. 소영은 종로의 파고다 공원과 낙원 상가 주변을 배회하며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몸을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트랜스젠더 여성인 ‘티나’의 집에 세 들어 산다. 그 집에는 의족을 차고 있는 장애인 ‘도훈(윤계상)’도 살고 있다. 성병 치료를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의사에게 가위를 휘둘러 잡혀간 필리핀 여성의 혼혈아 ‘민호’를 집으로 데려온다. 티나를 비롯해 도훈과 민호는 소영의 부재한 가족을 대신한다. 소외된 계층에 속한 이들은 서로를 돌보며 외롭고 팍팍한 삶을 버텨내며 그 중심에 소영이 있다.

‘죽여주는 여자’라는 호명에는 중의적인 의미와 더불어 서사의 복선이 담겨있다. 소영은 섹스를 ‘죽여주게’ 잘한다고 소문난 성 노동자에서 출발해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가 된다. 소영은 파고다 공원에서 친분을 쌓아서 오빠라고 부르는 ‘재우(전무송)’를 오랜만에 만나서 함께 친하게 지내던 ‘세비로 송’이 중풍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는 깊이 연민하는 마음으로 병문안을 가서 그를 위로해 준다. 그러나 그의 가족들은 그녀를 ‘꽃뱀’으로 의심하며 선의를 왜곡한다. 가족이 아닌 타인이 보내는 병든 노인을 향한 관심은 그 순수성이 훼손되곤 한다. 다만, 소영은 누구보다 뛰어난 공감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상처 입거나 버려진 이들을 쉬이 지나치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자신의 형편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거두고 보살핀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은 돌봄 행위의 기원이 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소영이 그저 노인들의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층위를 넘어 정서적으로 돌봐주는데 탁월하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녀의 명성은 정서적인 돌봄 능력 덕분일지 모른다. 심지어 그녀는 세비로 송의 간절한 부탁을 받아 그에게 농약을 먹여 죽게 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죽고 싶어 하는 노인들의 죽음을 돕는다. 그녀의 살인은 돌봄 행위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생명에 대한 절대적 가치보다는 당사자의 죽고자 하는 바람을 존중하는 윤리적 실천을 한다. 삶의 영역을 초월해 죽음까지 아우르는 과잉된 돌봄이다. 그리고 소영은 기꺼이 자신의 죄를 받아들인다. 노인들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윤여정의 너무나 인간적인 가모장의 얼굴은 그 돌봄에 정서적 당위성을 부여한다. (김경태)
Director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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