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choice

아내가 결혼했다 | My Wife Got Married

10.22.(토) 15:00 CGV 인천연수 3관
<아내가 결혼했다>는 ‘일부일처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도발적인 영화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2002년뿐만 아니라 영화가 개봉한 2008년 당시에도 분명 시대를 앞서간 ‘비독점적 다자연애’와 ‘중혼’의 화두를 한국 사회에 던진 문제작이었다. 하물며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논쟁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그 사이 한국에서는 실제로 폴리아모리 관계에 있는 이들의 당당한 목소리가 언론 매체를 통해 들려오는 등의 작지만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따라서 이 영화를 현시점에서 다시 꺼내 보는 것은 가족을 다시 발명하기 위한 또 다른 기원으로서 유의미하다.

‘인아(손예진)’와 ‘덕훈(김주혁)’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문제는 인아가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없는 폴리아모리라는 사실이다. 결혼을 하면 달라질 거라 기대했지만, 행복한 신혼 생활에도 불구하고 인아는 결혼하고 싶은 또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고백한다. 그와 함께라면 지금보다 내가 더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덕훈은 혼란스럽고 괴롭지만, 그럼에도 인아를 너무 사랑하고 또 자신을 향한 그녀의 진심을 믿기에 헤어지지 못한 채, 그녀와 ‘재경(주상욱)’의 결혼을 승낙한다. 이제 인아는 두 집을 오가며 사회적 편견에 맞서 새로운 형태의 사랑에 도전한다.

인아가 아이를 낳고 아이를 덕훈과 재경이 공유하면서 둘 사이에는 날카로운 긴장감과 동시에 묘한 유대감이 생긴다. 긴장감이 폭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아는 아이를 데리고 그들 곁을 모두 떠난다. 졸지에 혼자가 된 그들은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 자신이 인아를 더 사랑한다고 주장하며 마음을 연다. 같은 사람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시기했다가, 또 정확히 같은 이유로 서로를 연민한다. 그들은 함께 인아와 아이가 머무는 스페인으로 향한다. 스페인에서 조우한 네 사람은 마치 한 가족처럼 유쾌한 표정으로 축구 시합을 보고 거리를 여유롭게 거닌다. 적어도 이국의 땅에서만큼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사랑하고 가족을 꾸릴 수 있는 듯하다. 영화는 서사를 중단 시킨 채 이들 관계에 대해 더 이상의 부연 설명도, 판단도 하지 않는다. 대신 경쾌한 남미 음악을 배경으로 그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이다. 폴리아모리의 유토피아적 비전이 마지막 장면 속에 가만히 스며든다. (김경태)
상영본 제공 : 한국영상자료원
Director
정윤수
  • 두 여자 (2010)
  •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2007)
  • 예스터데이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