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choice

아이를 위한 아이 | A Home from Home

10.23.(일) 15:00 CGV 인천연수 3관
이제 곧 성인이 되는 ‘도윤(현우석)’은 보육원에서 퇴소할 준비를 한다. 그는 대입 준비를 하기보다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으로 호주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갑자기 15년 전에 그를 보육원에 맡기고 떠나버렸던 아버지 ‘승원(정웅인)’이 나타나 다시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도윤은 이제 와서 아버지 노릇을 하려는 그가 달갑지 않다. 계속 거절하던 도윤은 고민 끝에 잠시 머물 생각으로 승원과 이복동생인 중학생 ‘재민(박상훈)’이 있는 집으로 들어간다. 그들과 막 가까워질 때쯤, 승원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알고 보니, 승원은 자신이 죽고 나서 재민을 돌봐줄 보호자로 도윤이 필요했다. 심지어 그는 도윤의 친아버지도 아니었다. 그는 심한 배신감에 분노하며 재민을 떠나려고 한다.

재민은 울며 같이 살자고 도윤을 붙잡는다. 그냥 남들처럼 쉽게 살면 안 되냐고 묻는다. 도윤은 쉽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서 여기에 온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왜 승원이 남겨 놓은 재산으로 살 수 있는 편한 삶을 선택하지 않는 것일까?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일이 그보다 중요한 것일까? 애초에 그가 보육원에서 살게 된 것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는 퇴소와 함께 비로소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느닷없이 승원이 나타나 아들이자 형의 자리를 줄 테니 안락한 혈연가족의 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도윤은 더 이상 어른들의 편의에 휘둘리는 삶을 살고 싶지 않기에 그 자리가 정말 자신의 자리가 맞는지 길게 망설이고 방황한 것이다. 그 자리가 가짜였음을 알게 되었기에 주저 없이 호주로 떠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재민과의 영원한 이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재민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더라도 이미 도윤에게 가족과도 같은 소중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관계의 진실을 마주했기 때문에 둘은 기존의 규범적이고 관성화된 혈연관계를 넘어 보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서로를 위한 관계의 자리를 만들어 간다. 관계는 진실을 통해 와해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전화위복으로 삼는다. 승원의 말대로, 가족이란 살면서 서로 의지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관계가 아무리 거짓에서 출발했더라도, 혹은 어디에서 본 적이 없어 낯설더라도, 둘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면 된다. 그들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각자의 자리를 찾아간다. (김경태)
Director
이승환
  • 아이 씨 (2019)
  • 잠몰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