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역대 프로그램

IFWK 2021

고양이를 부탁해 | Take Care of My Cat

  • 한국
  • 2001
  • 112’
  • 12
  • Fiction
<고양이를 부탁해>는 인천이라는 도시가 전면에 드러나는 영화이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소녀에서 성인으로 접어드는 경계에 서 있는 등장인물들의 불안정한 심리가 인천의 공간적 특성과 면밀히 공명한다. 정재은 감독의 말대로, “인물 설정과 인천은 불가분의 관계다. 인천은 주변 도시다. 우울하고 비관적인 주변이 아니라 생성하고 움직이고 도시 자체로서 열려” 있다. 그동안 인천은 그들에게 일상의 추억을 쌓아가는 친숙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성인이 되어 스스로 삶의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비로소 인천의 주변성은 날카롭게 피부에 와닿는다. 이제 그들은 인천에 대한 동상이몽 속에서 각자의 꿈을 좇는다. 서울에 있는 증권사에 취직을 한 혜주는 성공적인 커리어 우먼이 되려는 야망을 지니고 있다. 그에게 인천은 그저 자신이 속한 계급을 상기시키는 숨기고 싶은 출신지일 뿐이다. 지영은 직물 디자인 공부를 위해 유학을 떠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변변한 ‘스펙’이 없어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조부모와 사는 낡은 집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 결국 집이 무너져 조부모가 돌아가시지만, 그는 경찰의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며 결국 수감되고 만다. 한편, 태희는 아버지의 찜질방 일을 도우며 장애가 있는 시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할 뿐, 아직은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소외된 이들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그는 그들과의 마주침을 통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는다. 이처럼 서로 다른 꿈을 꾸는 그들의 관계는 조금씩 삐거덕 대기 시작한다. 특히 가장 친했던 혜주와 지영이 사사건건 부딪친다. 태희는 신분 상승을 위해 서울로 이사를 가고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는 혜주의 허영 가득한 태도뿐만 아니라, 조부모의 죽음에 대해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는 지영의 불가해한 태도까지도 모두 끌어안으며, 균열을 봉합하고자 애쓴다. 마치 그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은 그 관계를 돌보고 지켜내는 데 있는 것 같다. 마침내 태희는 아버지의 돈을 훔쳐 집을 나온다. 이제 막 출소를 한 지영에게 어디든 함께 떠나자고 제안한다. 그는 단순히 만족스럽지 못한 가족 관계에게서 벗어나고자 인천을 떠나려는 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그들은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삶을 살기 위해서 인천을 떠나는 것이다. 그것은 인천을 서울보다 열등한 도시로 바라보며 그곳을 떠났던 혜주의 욕망과는 분명히 다르다. 또한 태희와 지영이 인천을 떠나는 결말은 인천을 그저 벗어나야 할 공간으로 상정하는 것도 아니다. 태희는 인천항으로 밀려드는 수많은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삶과 그들을 환대하는 방식에 대한 감각을 배우고 키워 왔을 것이다. 그래서 그 유목 주의적 욕망은 바로 그 인천이라는 공간과 분리될 수 없다. 그리고 열려있는 공동체는 들어오는 모두를 환대하는 만큼 공동체를 떠나는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것은 공동체의 축소나 쇠락이 아니라 확장과 성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은 세계를 떠돌며 맺게 되는 다양한 관계들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갈 것이다. (김경태)
Director
정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