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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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WK 2021

슈퍼스타 감사용 | Mr. Gam’s Victory

  • 한국
  • 2004
  • 115'
  • G
  • Fiction
<슈퍼스타 감사용>은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에 인천 연고로 창단된 야구팀인 ‘삼미 슈퍼스타즈’가 당했던 18연패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 투수로 뛰었던 감사용은 원래 ‘삼미철강’ 아마추어 야구팀의 선수였고, 주로 폐색이 짙은 경기를 마무리 짓는 ‘패전 처리 전문 투수’로서의 역할을 맡았다. 그는 애써 괜찮은 척 가족들에게 자신의 활약상을 지어내고 부풀리며 차츰 자괴감에 젖어간다. 아울러 연패를 당하며 꼴찌에 머무르고 있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동료들은 점차 패배주의에 길들여져 가며 갈등을 겪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만 하는 프로 선수로서 더 이상 물러날 곳 없던 감사용은 감독에게 선발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감사용을 선발로 쓸 생각이 없었던 감독은 그에게 어떤 위치에 있든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해야 하며, 그것이 프로라고 이야기한다. 실력으로 스스로를 증명하기에 앞서, 팀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다 해야 하는 프로 선수로서의 사명을 강조한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OB 베어스’ 선발투수 박철순의 20연승 대기록의 희생양이 될 위기에 몰린다. 선발투수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와의 맞대결을 회피한다. 그러자 마침내 감사용에게 첫 선발승 기회가 찾아온다. 그 두 투수는 9회까지 팽팽한 맞대결을 벌이지만, 결국 감사용은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며 승리를 놓치게 된다. 어차피 그의 패배는 바꿀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그를 응원하게 된다. 아니, 정확히 말해, 최선을 다 하는 그의 모습을, 그리고 그로 인해 하나로 뭉치게 된 팀을 응원한다. 그는 멋진 승부를 펼친 박철순과 멀찍이에서 목례로 인사를 나누며 서로에게 경의를 표한다. 경기장에 홀로 남은 감사용은 목 놓아 운 뒤,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금 승리를 다짐한다. 다음 날이 되자, 영화는 어제의 쓰라린 패배를 뒤로 한 채, 예의 그 티격태격 대는 가족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감사용은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방바닥에 누워 천장을 향해 야구공을 던지며 캐치볼을 하고 있다. 그는 호투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곧바로 암전 된 화면 위로 자막을 통해 감사용의 첫 번째 승리에 대한 소식을 전해준다. 즉, 그 첫 승이 안겨줬을 감동과 환희의 순간을 오롯이 관객들의 상상 속에 맡긴다. 뒤이어, 영화는 감사용이 야구팀 동료들과 웃으면서 바닷가를 달리는 훈련 장면을 롱테이크로 보여주며 끝맺는다. 그는 동료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며 우애를 다진다. 따라서 영화는 승패의 의미보다는 동료애의 가치를 되새긴다. 인생이 그러하듯, 야구는 혼자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함께 뛰면서 패배의 아픔도, 승리의 기쁨도 함께 한다. 쓰라린 실패 앞에서도 서로가 곁에 있기에 금세 용기를 얻고 마음을 다잡으며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감사용의 미래는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지 간에 바로 동료들과의 관계 안에 있다. (김경태)
Director
김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