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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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이 내 세상 | Keys to the Heart

10.23.(일) 11:00 CGV 인천연수 1관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윤여정은 식당에서 일하며,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천재적인 재능의 피아니스트 아들 ‘진태(박정민)’를 홀로 키우는 ‘인숙’ 역을 맡았다. 윤여정은 이 영화에서도 앞선 영화에서처럼 헌신적으로 자식을 돌보는 어머니를 연기한다. 다만 앞서 봤던 끝까지 참고 견디는 가모장의 모습보다는 더욱 감정적이고 조금은 더 이기적이다. 사실 17년 전에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들 ‘조하(이병헌)’를 두고 혼자 집을 나왔다. 다리에서 뛰어내려 죽을 생각이었으나, 결국 다른 남자를 만나 진태를 가지게 되었다. 과거에 조하를 버렸던 죄책감 때문인지, 인숙은 더욱 진태에게 애정을 쏟는다.

한물 간 복서로 오갈 데가 없는 조하를 다시 만나 그동안 못했던 엄마 노릇을 하며 마음의 짐을 덜고자 함께 살자고 했을 때도, 인숙은 어쩔 수 없이 문득문득 진태에게 마음이 더 기운다. 아무래도 진태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하가 진태를 제대로 돌보지 못할 때마다 그에게 불같이 화를 내곤 한다. 다행인 건, 인숙도 자신의 그런 감정적인 행동을 뒤늦게 후회하며 미안해한다. 그래서 술기운에 스스로 엄마 자격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다가 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허허실실 조하를 부추겨서 함께 춤을 추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윤여정은 가장 불완전하고 인간적인 가모장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희생과 인내로 점철된 모성 신화에 미세하게 균열을 낸다.

사실 인숙은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으나 조하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그에게 부탁해야 할 더 큰일이 있기 때문이다. 병상에 누워 죽음을 앞둔 인숙은 자신을 원망하는 조하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기적인 행동에 나선다. 이번에는 자신이 아니라 진태를 위해서이다. 염치 불구하고 조하에게 진태를 부탁한다. 마침내 조하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친아버지를 찾아가 절연을 선언한다. 이 영화에서 가부장은 부재하거나 무능력하다. 아니, 오히려 가족 결속의 방해꾼에 불과하다. 조하는 인숙을 통해 가부장을 부정할 용기를 얻는다. 이제 조하와 진태는 인숙이 서로에게 남긴 유일한 가족이 된다. 나아가 인숙은 가족의 진정한 의미까지 뒤늦게 가르쳐 준다. 덕분에 진태는 조하에게 더 이상 짐이 아니라 선물 같은 존재가 된다. (김경태)
영화 해설
주성철

영화평론가. 『키노』, 『필름2.0』을 거쳐 『씨네21』 편집장으로 일했다. 『그 영화의 뒷모습이 좋다』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공저) 등을 썼다. JTBC <방구석1열>, OCN , 유튜브 <무비건조>에 출연 중이다.

Director
최성현
  • 그것만이 내 세상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