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섹션 소개

인천 영화 주간
초이스

초이스 섹션은 교착상태에 빠진 가족의 대안을 흥미롭게 상상하는 다양한 영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정상 가족에 대한 환상을 넘고 가족의 해체라는 위기를 극복해 가는 가족의 모습들을 재현한 영화를 상영한다. <기쿠지로의 여름>, <미쓰백>, <그들이 진심으로 엮을 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결핍된 혈연 가족 안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선물’처럼 이웃 어른들이 다가온다. 그런데 그 어른들은 전직 야쿠자인 백수, 어린 나이에 전과자가 된 여성, 트랜스젠더 여성으로서 사회적으로 주변인에 속한다. 그들은 자신의 받은 상처와 소외의 경험에 비추어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돌보며 그들과 친구가 된다. 한편, <늑대소년>과 <아이를 위한 아이>는 버림받은 아이가 새로운 가족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장르적 긴장감 속에 녹여낸다. 한편, <아내가 결혼했다>는 일부일처제에 도발적인 문제를 제기하며 폴리아모리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아울러, 야외 상영으로 공개될 <인크레더블>과 <마당을 나온 암탉>은 모든 연령층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가족 애니메이션으로, 웃고 우는 동안에 가족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아울러 감독과의 대화, 영화 해설, 토크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에게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인천 영화 주간 포커스
: 가족의 기원으로서의 돌봄

포커스 섹션에서는 가족의 기원이 되는 돌봄의 가치를 유의미하게 담아낸 영화들을 상영한다. 우리는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 있지만, 각자가 속한 가족의 모습은 제각각이다. 당연하게도 가족의 형태에는 정답이 없다. 가족의 본질은 혈연이나 규범이 아니라 구성원 간의 애정과 돌봄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가 비혈연으로 맺어진 다양한 돌봄 공동체를 가족으로 명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영화 상영 후에는 생활동반자법, 영케어러, 입양, 가족구성권 등의 키워드로 책을 쓴 저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영화와 영화가 다루고 있는 돌봄이라는 주제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친애하는 세입자>는 동성애자 남성이 애인의 죽음 후에 남겨진 그의 병든 어머니와 어린아이를 돌보며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며 가족이 되어 가는 지난한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를 통해 황두영(『외롭지 않을 권리』)은 ‘생활동반자법’ 도입의 의미를 짚어 나갈 것이다. <영주>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이런 나이에 동생을 돌봐야 할 ‘영케어러’가 된 소녀의 미묘한 심리 변화에 주목한다. 많은 영케어러들을 인터뷰한 조기현(『새파란 돌봄』)은 그들 역시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존재임을 상기시켜 줄 것이다. <브로커>에서는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갔던 비혼모가 자신의 아이를 키워줄 양부모를 찾는 여정에 동행한다. 실제로 아이를 입양한 정은주(『그렇게 가족이 된다』)는 영화를 통해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논쟁에서부터 입양을 위한 마음가짐까지 탐구하고자 한다. 끝으로, <메종 드 히미코>는 게이 실버타운을 배경으로 돌봄 공동체의 끈끈한 유대를 보여준다. 가족구성권연구소에서 활동하는 김순남(『가족을 구성할 권리』)은 이성애 규범적인 가족을 넘어서는 퀴어 공동체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인천 영화 주간 특별전
: 우리 시대 가모장의 얼굴, 윤여정

올해 특별전에서는 우리 시대의 가모장을 대표적으로 표상하는 여배우인 윤여정의 영화들을 돌아보고자 한다. 특히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윤여정은 가부장이 부재하거나 결핍된 (유사)가족의 견고한 구심점으로서 각양각색의 구성원들을 아우르며 이끌어가는 외유내강의 가모장 역할을 맡아왔다. 그런데 윤여정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헌신하면서도 그저 가족의 배경으로 가만히 물러나 있지 않는다. 홀로 마냥 인내하고 희생하는 전통적인 모성의 이미지에 머물지 않으며 나름의 욕망에 충실한 주도적인 가모장 상을 구현해낸다. 그녀는 모든 가족의 시작이자 끝으로서, 가족의 성격을 결정짓고 가족을 자신만의 고유한 빛깔로 물들인다.

그중 이번 특별전에는 4편의 영화를 선보인다. 먼저 <고령화 가족>에서는 나이를 먹고도 제 앞가림을 못하는 자식들에게 묵묵히 밥을 해먹이며 그들의 어떤 치부도 끌어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제주 해녀로 분한 <계춘할망>에서는 하나뿐인 손녀를 헌신적으로 보살핀다. 헌신은 뜻하지 않게 혈연을 넘어서는 가족의 연결고리가 된다. 한편, <죽여주는 여자>의 경우, 노년의 성 노동자로 등장해 소외된 이웃들을 고유한 방식으로 돌보며 가모장의 이상적인 모습을 환기한다. 마지막으로 <그것만이 내 세상>의 윤여정은 죽음을 앞두고서 자신이 버렸던 아들과 장애가 있는 아들을 이어주며 속죄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가모장의 얼굴로 가슴을 울린다. 누구보다 윤여정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감독들과 ‘무비건조’팀의 평론가들이 참여해 특별전을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