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섹션 소개

인천 영화 주간
초이스

초이스 섹션에서는 인천 영화 주간 2023의 주제인 ‘사랑에 빠진 영화’에 걸맞으면서도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로맨스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랑은 무엇보다 인간이 다양한 감정을 지닌 존재임을 일깨우는 사건이다. 사랑에 빠진 이는 그 안에서 설렘과 환희 같은 긍정적 감정들뿐만 아니라 질투와 아픔 같은 부정적 감정들까지도 느끼게 된다. 우리가 사랑을 통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마냥 좋은 감정을 넘어 현기증을 불러일으킬 만큼 다양한 감정의 파고에 휩쓸리기 때문이다.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사랑은 인간의 평온한 감정을 뒤흔들며 뭉툭했던 감각들을 예리하게 벼린다. 사랑 안에서 겪어내는 감정의 기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로맨스 영화는 감정의 변화를 그대로 구현해 내며 관객들을 미소 짓게 하거나 울린다. 사랑에 빠진 주인공들이 빚어내는 다양한 감정의 형태들을 목격하며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인천 시민’s
초이스

인천 영화 주간은 인천 시민을 대상으로 지난 8월 4일부터 25일까지 ‘가장 사랑하는 멜로영화’ 투표를 진행했고, 이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다. 그중 미셀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2004)이 그간 많은 사랑을 받아온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1988)를 제치고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하며 인천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멜로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그 외에 〈클래식〉(2002), 〈타이타닉〉(1997), 〈러브레터〉(1995), 〈노트북〉(2004), 〈어바웃 타임〉(2013), 〈사랑이 머무는 풍경〉(1999) 등이 다수의 표를 받은 영화들이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나온 빼어난 로맨스 영화들이 많은 시민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인천 영화 주간 포커스 :
경계 없는 사랑,
한계 없는 친밀성

포커스 섹션에서는 ‘경계 없는 사랑, 한계 없는 친밀성’을 주제로 특별한 사랑을 담은 네 편의 영화를 준비했다. 이 영화들은 로맨스에 미스터리, 스릴러, 공포, 판타지 등의 장르적 쾌감을 결합시키며 사랑의 외연을 확장한다. 흡혈귀 소녀와 사랑에 빠진 소년(〈렛미인〉), 그리고 AI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 남성(〈그녀〉), 그들은 그 미증유의 친밀한 관계에서 미래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지만 사랑을 멈출 생각이 없다. 사랑이란 본디 그 대상을 한정 짓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 형사와 중국인 용의자의 취조 행위에서 비롯된 낯선 친밀성은 연인에게 온전히 흡수되려는 자기 파괴적인 사랑을 낳는다(〈헤어질 결심〉). 그리고 죽은 연인을 기리기 위한 종교적 해탈의 몸부림은 연인을 향한 사랑을 타자를 향한 무한한 친밀성으로 확대한다(〈마릴라: 이별의 꽃〉). 무엇보다, 이 영화들 속 주인공들은 사회적 규범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모든 것을 걸고서 자기만의 사랑을 발명할 만큼 용감하다.

인천 영화 주간 스페셜 1 :
루카 구아다니노, 열정적 사랑을 감각하다

첫 번째 스페셜 섹션에서는 이탈리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연출한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 세 편을 상영한다. 이 영화들은 흔히 ‘욕망 3부작’으로 불릴 만큼 오로지 서로를 향한 뜨거운 욕망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하는 등장인물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그 시작을 알린 〈아이 엠 러브〉는 뒤늦게 사랑의 감각에 눈을 뜬 중년 여성이 상류층의 안정적인 가정을 박차고 나오는 결정적 순간을 향해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한편, 〈비거 스플래쉬〉에서는 현재의 연인과 과거의 연인 사이에서, 즉 서로 다른 감각의 세계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이 사랑을 지키기 위해 내리는 과감한 결단을 목격할 수 있다. 끝으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여성과 남성 사이에서 방황하며 성장하는 소년을 통해 이성애와 동성애라는 성 정체성으로부터 벗어나서 감각을 사랑의 기원으로 재사유한다. 그리하여 이 영화들은 ‘욕망 3부작’을 넘어 ‘감각 3부작’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인천 영화 주간 스페셜 2 :
동시대 일본 멜로드라마, 사랑의 최전선에 서다

두 번째 스페셜 섹션에서는 동시대 일본 멜로드라마 네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최근 일본 영화들은 일상적 풍경 속에서 상식에 위배되는 대담한 사랑을 녹여내며 깊은 울림을 준다. 우선 〈사랑이 뭘까〉의 여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과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 일까지 그만두게 만드는 사랑의 반자본주의적 본성을 성찰한다. 〈아사코〉에서 여주인공은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떠난 전 애인과 꼭 닮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마침내 전 애인이 돌아오면서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선다. 반면에, 〈러브 라이프〉에서는 이유 없이 집을 나간 남편을 무작정 찾아 헤매던 여주인공이 결국 재혼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돌아온 남편을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피려는 노력을 한다. 그 돌봄의 책임은 〈에고이스트〉에서도 공명한다. 이 영화는 그저 자기 자신이 행복하기 위해서 동성 애인에게 생계비를 지원하고, 심지어 애인이 죽자 그의 홀어머니까지 돌보려는 주인공의 태도를 이기적이라고 표현한다. 이처럼 사랑에 결부된 윤리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 관계의 규범까지 무너트리며 애쓰는 그들은 모두 사랑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인천 영화 열전

올해 인천 영화 열전에서는 영화제작 과정에서 인천이라는 지역적 특징이 드러나면서 동시에 ‘사랑에 빠진 영화’라는 주제에 부합하는 영화 세 편을 상영한다. 먼저 〈연애소설〉에는 세 남녀의 엇갈리는 사랑이 펼쳐지는 중요한 배경 중 하나로 인천의 소야도가 등장한다. 그들은 이곳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다. 다음으로, 인천영상위원회의 제작 지원을 받은 〈낭만적 공장〉은 공간이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만큼 인천의 특색이 묻어나는 도시 풍경이 곳곳에서 펼쳐진다. 그만큼 주인공들의 치열한 사랑이 현실감 있게 묻어난다. 마지막으로, 인천 출신의 이원석 감독이 연출을 맡고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촬영을 한 〈남자사용설명서〉는 여주인공이 우연히 손에 넣게 된 연애 코칭 테이프를 통해 좌충우돌하며 사랑을 배워가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이상의 영화들을 통해 영화 도시 인천의 매력에 빠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