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2

INCHEON FILM WEEK

시작의 도시, 인천

인천은 처음이 많은 도시입니다. 짜장면, 호텔, 우체국, 병원, 은행, 영화관…. 지금은 무척 익숙한 사물과 관습의 시작으로 되돌아가 보면 어느덧 우리는 인천과 만납니다. 인천은 전통과 개화를 중재하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가장 먼저 요청한 도시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인천이 우리 사회에 요청하는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요? 물론 인천에 부과된 지나친 낙인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연일 보도되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또는 돌봄 공백으로 인한 안타까운 죽음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들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잘 이야기되지 못한 가족의 가치와 형태를 재고하길 요청하고 있습니다. 인천 영화 주간은 인천이 늘 그래왔듯, 영화와 함께 가족의 새로운 시작을 상상해보고자 합니다.

인천 영화 주간은 인천이 늘 그래왔듯,영화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상상해보고자 합니다.

가족의 재발명

영화는 삶을 재현할 뿐만 아니라 삶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예술입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마주한 가족의 해체라는 위기와 이를 넘어서는 모습을 상상하기에 알맞습니다. 이미 우리 주위엔 가족의 근원적 의미를 묻고 탐구한 수많은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들은 다채롭고 흥미로운 서사를 통해 소위 말해 정상 가족과 혈연 가족이라 일컫는 것들의 환상, 모순, 한계를 극복하며, 우리가 가족이 되기 위해 우선시해야 할 것들에 대해 고민합니다.

올해, 인천 영화 주간은 ‘가족의 재발명’을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의 의미를 묻고 탐구하는 국내외 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때로는 유쾌하고 발칙하게, 때로는 진지하고 감성적으로 가족의 의미를 탐구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올해는 ‘가족의 재발명’을 주제로,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의 의미를 묻고 탐구하는 국내외 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가족의 기원으로서의 돌봄

우리는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 있지만 각자가 속한 가족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당연하게도 그러한 형태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 본질은 혈연이나 규범이 아니라 구성원 간의 애정과 돌봄이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충분히 아끼고 보살피고 있다면 그들은 가족으로 불러 마땅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입양 가정뿐만 아니라 비혈연으로 결합된 다양한 돌봄 공동체에 가족이라는 이름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인천 영화 주간은 올해 전문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가족 구성의 필수적인 동력으로서 돌봄의 개념을 깊이 탐구하는 포커스 섹션을 마련했습니다.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시급히 요청되는 돌봄의 가치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돌봄의 개념을 깊이 탐구할 포커스 섹션과가모장의 모습을 대변하는 배우 윤여정의 특별전을 준비했습니다.

우리 시대 가모장의 얼굴, 윤여정

올해 인천 영화 주간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를 다시금 선보여, 윤여정이라는 노년의 배우가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외유내강한 가모장의 모습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윤여정은 특히 2010년대 영화에서 혈연 가족뿐만 아니라 유사 가족의 견고한 구심점으로서 각양각색의 구성원들을 아우르고 포용하며 이끌어가는 역할을 줄곧 맡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은 마냥 인내하고 희생하는 전통적인 모성의 이미지와는 다릅니다. 윤여정은 구성원들의 허물을 모두 끌어안으며 가족을 끝까지 지키면서도 그 배경으로 가만히 물러나 있지 않습니다. 그녀는 모든 가족의 시작이자 끝으로서, 가족의 성격을 결정지으며 가족을 자신만의 고유한 빛깔로 물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