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인천 영화 열전

낭만적 공장 | Punch-Drunk Love

10.20.(금) 19:00 스퀘어원 야외광장
10.21.(토) 13:00 CGV 인천연수 2관
공장이 낭만적일 수 있을까? 오직 존재할 수 있는 건 반복된 노동과 기계의 소음뿐인 그곳에서도 만약 낭만이 존재할 수 있다면 단어의 의미처럼 ‘감미롭고 감상적인 분위기’로만 존재하진 않을 것이다. 낭만(浪漫)에 내포된 ‘물결이 잔잔히 퍼져나가는 풍경’은 절대 공장 내에서 기대할 수 없다. 쉼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생산 라인 속에서 모든 분위기를 압도하는 육중한 기계와 소음이 낭만을 가능케 하는 사색과 분위기를 모두 집어삼킨다. 만약 그럼에도 공장에서 낭만을 찾고 싶다면 그 압도적 풍경을 뚫고 나아가는 거칠고 투쟁적인 몸부림이 동반되어야 한다. 절대 낭만적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낭만을 만들어 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공장을 낭만적 시공간으로 만들 가능성을 담지할 뿐이다.

〈낭만적 공장〉의 복서는 그런 의지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그는 주변 환경이 어떻든지 간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내고 애정의 마음을 품은 자의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는 매력을 지녔다. 그 매력은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그의 행동에서 비롯된다. 공장이라는 거친 환경이 그의 행동과 사뭇 닮아 있지만 적어도 그는 노동자를 노동 조건으로 대상화하지 않고 애정과 사랑의 존재로 수용하고 곁을 함께 나눈다. 유부녀라는 복희의 조건을 크게 개의치 않으며 끝까지 그녀를 향한 마음을 지고지순하게 드러내는 복서의 행동은 정확히 자본주의적 행동 양식과는 구별된다.

이런 캐릭터의 힘 때문일까? 〈낭만적 공장〉은 불륜 서사의 외피를 입고 있음에도 ‘불륜’이란 특수한 상황으로부터 긴장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오히려 그 어떤 긴장도 회피하려는 듯 서사는 너무도 쉽게 복서와 복희의 관계를 결합시켜 나간다. 복희의 남편, 황 반장이 폭력과 도박을 일삼는 지극히 전형적인 안타고니스트임에도 불구하고 극적 긴장은 복서의 선임, 낙봉을 통해 발생한다. 이러한 어긋남이 결과적으로 〈낭만적 공장〉을 다른 결의 멜로드라마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주류 장르적 관습 속에서 벗어나 있지만 어쩌면 그것이 공장화되어 버린 산업시스템 내에서 낭만을 찾아가는 길은 아닐지 한 번 쯤 돌아보게 한다. (이동윤)
Director
조은성
  • 아주 오래된 미래 도시 (2021)
  • 선샤인 러브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