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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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년 | A Werewolf Boy

10.23.(일) 18:30 CGV 인천연수 1관
늑대소년은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과 전설 속 존재인 늑대인간의 피를 수혈 받았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철저한 합리주의적 세계관 속에서 근대화의 산물로 잉태되었다면, 늑대인간은 ‘소문’이라는 비합리적인 전근대적 가치관 속에서 구성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이 인간이 가 닿을 수 없는 신적 영역에 침범함으로써 터부시된 존재라면 늑대인간은 인간의 비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심으로 인해 터부시되었다. 원인과 과정은 다르지만 두 존재를 혐오스런 존재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합리적 가치관은 이들의 피를 수혈 받은 늑대소년 '철수(송중기)'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늑대소년의 시대는 명확하지 않다. ‘순이(박보영)’의 가족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한국이 산업자본주의 체제로 들어선 직후임을 감안할 수 있다. 늑대소년이 강한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는 야욕에 의해 탄생했다는 설정은 한국 사회가 이데올로기 전쟁의 트라우마 속에 놓여있음을 깨닫게 한다. 자본주의적 욕망과 반공 이데올로기 속에서 태어난 늑대소년은 흥미롭게도 전근대적 삶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외딴 시골에서 발견된다. 그곳에서 늑대소년은 주민들에게 그리 낯선 존재로 터부시되지 않는다. 순이의 엄마는 그를 씻기고 새 옷을 입혀 문명사회로 초대하고 이웃 주민들 또한 ‘철수’라는 이름을 부르며 받아들인다. 화천이 다른 작품들을 통해 심리적으로 ‘정말 먼 곳’으로 상상되었던 지역임을 상기해본다면, 합리적 가치관 속에 터부시되어야 했던 존재인 늑대소년은 기술사회에서 벗어나 자본의 영향으로부터 비켜나 있을 때야 비로소 ‘혐오’를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늑대소년은 법적, 행정적 테두리 밖에 존재한다. 늑대소년은 고아원에 가기 위해서 제출해야 하는 수없이 많은 서류 중에서 그 어떤 한 가지도 마련할 수 없는, 철저히 기록으로부터 배제된 존재다. 하지만 <늑대소년>은 늑대소년의 타자성을 그리는데 큰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가 어떻게 순이와 교감하는지, 순이 가족과 마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를 집중해 묘사한다. 조성희 감독은 그 중심에 기술과학 중심의 자본과 합리적 가치관으로부터 벗어난 인본주의적 가족 공동체를 세운다. 돈과 조건으로 결혼 대상을 판단하는 나이 든 순이의 태도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낯선 타자와 더불어 함께 살아갈 방법이라는 감독의 목소리는 혐오가 더욱 가시화되어가는 지금의 우리 모두에게 다시금 울려야 하는 경종이기도 하다. (이동윤)
영화 해설
이동윤

한예종 영상원에서 영화 연출, 시나리오, 영상문화이론을 공부했다. CGV 아트하우스 큐레이터, 춘천SF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역임했으며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와 『한국퀴어영화사』 시리즈를 책임 편집했다. 현재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Director
조성희
  • 승리호 (2021)
  •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2016)
  • 짐승의 끝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