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인천 영화 주간 초이스

건축학개론 | Architecture 101

10.22.(일) 10:45 CGV인천연수 2관
〈건축학개론〉은 승민과 서연의 ‘두 사랑’을 관통하는 영화이다. 조금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영화는 그들을 둘러싸고 교차하는 과거와 현재 두 시제에 관한 영화이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이 영화에서 두 시제를 가로지르는 지점은 첫사랑이 실패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구성적 특이점은 두 시제를 생성한 원인으로 첫사랑의 실패를 지목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건축학개론〉의 구성은 과거 스무 살의 풋풋한 승민과 서연의 첫사랑 서사와 30대 중반이 된 현재의 두 사람의 서사가 러닝타임 위에서 순차적으로 제시되도록 동기화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구성적 교차(반복)는 승민과 서연의 사랑을 두 시제와 나란히 놓아서 구별짓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예컨대 이러한 구성은 아직은 감정적으로 정제되진 않았지만 순수하고 풋풋한 스무 살의 첫사랑과 배려 넘치는 동시에 농밀한 30대의 중후한 사랑처럼, 세속화되고 통념적인 사랑의 이미지를 대립시켜 소구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건축학개론〉이 보여주는 사랑과 시제 사이의 간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화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마치 하나의 터 위에 세워진 건축물이 세월의 바람을 맞으면 필연적으로 재정비를 필요로 하거나 새롭게 지어져야 하는 것처럼, 모종의 시간의 산물을 환유하고 은유한다. 30대가 된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대로 풍화되고 침식된 스무 살의 첫사랑에 대한 상대적인 기억 위에서 조우하지만, 그 기억의 질료는 단일한 공통의 사건 위에 터 짓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과거와 단절될 수도 없고 연장될 수도 없는 오인된 기억의 복잡성 속에서 인물들은 시작과 끝을 반복하는 것 이외에는 최초의 객관적 사건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영화에서 30대의 서연이 제주도 고향의 구옥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승민을 찾는 최초의 행동은 집을 짓기 위한 의뢰의 몸짓인 동시에 불완전한 사랑의 기억에 관한 진실을 탐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승민과 서연에게 스무 살의 첫사랑은 30대 중반이라는 각자의 기로 앞에서, 즉 시간의 침식이 일어난 후에야 다시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시작과 끝’이다. (박준용)
Director
이용주
  • 서복 (2019)
  • 불신지옥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