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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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화 주간 초이스

러브레터 | Love Letter

10.22.(일) 18:30 스퀘어원 야외광장
등반 중에 조난사고로 죽은 전 연인 후지이의 3주기 추도식에 간 히로코는 후지이의 집에 갔다가 후지이의 중학교 시절 졸업 앨범을 보게 되고, 후지이가 중학교를 다녔던 홋카이도 오타루의 집 주소로 편지를 보내본다. 후지이네가 고베로 이사오기 전까지 살았던 오타루의 그 집은 이미 헐려 국도로 변한 지 오래. 그러나 “잘 지내나요? 전 잘 지냅니다.”라는 히로코의 편지에 절대로 올 리 없는 후지이의 답장이 날아들고, 히로코는 정말 ‘천국’에서 보내온 편지일까 반신반의하면서도 또다시 편지를 보내본다.
히로코의 이 편지 한 통은 영화 전체를 이끌어 가는 트리거가 된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연인을 떠나보낸 이의 그리움을 담은 편지는 그녀의 연인이었던 후지이 이츠키와 관련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을 드러내는 장치가 되고, 더불어 후지이 이츠키와 동명이인인 또 다른 후지이 이츠키에게는 머릿속에서 완전히 잠자고 있던 기억이 하나둘 깨어나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 과정에서 히로코의 편지는 점차 떠난 이와의 추억을 끄집어내려는 취재의 편지로 변해간다.
히로코의 절절한 그리움에는 아랑곳없이 드라마의 중심은 편지를 받은 당사자인 후지이 이츠키의 동명이인, 여자 후지이 이츠키로 옮겨간다. 이츠키는 우연히 받게 된 히로코의 편지로 인해 잊고 있던 기억을 하나둘씩 꺼내게 된다. 자신도 몰랐던 과거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역시 잊고 있던 한 사람의 자취를 기억해 낸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이미 후지이 이츠키는 지나가 버린 인연이며,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다시는 만나볼 수 없는 사람이다.
히로코의 편지 한 통은 히로코에게는 비록 잔인하지만 후지이와의 과거를 잊고 미래로 나아갈 계기를 마련해 주며 이츠키에게도 아버지의 부재로 힘들었던 학창 시절을 따뜻하게 채워줄 추억을 안겨준다. 마치 벚꽃이 모든 생명체들이 겨울을 견뎌낸 대가로 받는 봄의 선물이기도 하지만 생명력이 짧아 ‘죽음’이라는 상징과도 맞닿아 있다는 영화 속 표현처럼, 어떤 한 사람과의 짧은 인연은 잠깐 손에 닿았다가 사라져 버리는 눈발 혹은 벚꽃처럼 찰나이기에 아름다운 어떤 것이 된다. (박진희)
Director
이와이 슌지
  • 라스트 레터 (2020)
  • 립반윙클의 신부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