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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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 One Fine Spring Day

10.22.(일) 17:15 CGV인천연수 3관
〈봄날은 간다〉는 허진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이다. 우스갯소리로, 〈봄날은 간다〉 하면 단연 떠오르는 것은 ‘은수’(이영애 분)가 ‘상우’(유지태 분)에게 “라면 먹고 갈래요?”라고 물었던 대사일 것이다. 이 대사가 불러일으킨 파장은 2001년 이 영화가 개봉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연애 감정을 자극하는 대표적인 대사로 꼽힐 만큼 폭발적이었으며, 그만큼 큰 여운을 주고 있다. 또한 동시에 상우가 자신에게 이별을 고한 은수에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며 내뱉는 대사는 한때 이별의 아픔을 함축적으로 요약하는 가장 대중적인 시적 표현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처럼 〈봄날은 간다〉는 수많은 명대사와 더불어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로 가득한 영화이다. 그중에서도 〈봄날은 간다〉의 카메라는 당대 쏟아져 나왔던 최루성 멜로 드라마와 비교해도 독특한 지위를 갖는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캐릭터, 공간성, 계절 등 전반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들을 다루는 동시에, 대상들을 동양화처럼 담백하고 정적으로 담아낸다. 당대 최루성 멜로 영화들에서는 관객들이 비극에 휩싸인 주인공에 극단적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클로즈업으로 감정의 역동적 구조를 주조했던 것에 비해, 〈봄날은 간다〉는 인물들을 풀숏에 기반해서 보여준다. 이는 인물들의 감정을 표정과 연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를 통해 담아내는 것이었다. 장면의 계절감, 공간성, 빛의 광량과 색온도를 바탕으로 창조된 〈봄날은 간다〉의 분위기는 인물의 직접적인 감정 표현을 중심으로 구축되었던 기존 멜로드라마의 영화언어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또한 이러한 장면들은 개인의 사랑을 그 개인을 둘러싼 세계를 배제하고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처럼 허진호 감독이 〈봄날은 간다〉에서 보여준 사랑은 인물 그 자체보다도 장면의 분위기를 통해서 확립되었다는 점에서 오늘날 다시 보고 새롭게 읽어낼 충분한 이유가 있다. (박준용)
Director
허진호
  • 선물 (2019)
  • 행복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