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인천 영화 주간 초이스

소나기 | The Shower

10.21.(토) 13:00 스퀘어원 야외광장
〈소나기〉는 〈소중한 날의 꿈〉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안재훈, 한혜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연필로 명상하기’가 제작한 ‘한국 단편문학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중 하나로 2017년 발표되었다. 황순원 작가의 유명한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소나기〉는 2014년 『메밀꽃 필 무렵』, 『운수 좋은 날』, 『봄봄』 세 편을 묶어 내놓은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에 이은 네 번째 프로젝트 작품으로, 이 프로젝트는 〈무녀도〉(2021)까지 총 다섯 편으로 마무리되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이 녀석의 장인님을, 하고 눈에서 불이 퍽 나서 그 아래 밭 있는 넝 알로 그대로 떠밀어 굴려 버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등 글로만 보던 단편소설들을 대사부터 묘사까지 곧이곧대로 재현하다시피 했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과 마찬가지로 〈소나기〉 역시 황순원 작가의 원작에 최대한 가까운 연출을 통해 순도 높은 한국적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다.
1950년대 초중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꽃과 나무, 산과 들로 뒤덮인 아름다운 시골에서 펼쳐지는 소년과 소녀의 만남은 그 시대를 컬러로 접할 수 없는 우리에게 그 시대를 생생한 숨결로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지표적인 이미지를 제시한다. 거의 10년에 걸쳐 완성한 데뷔작 〈소중한 날의 꿈〉에서 구축했던 특유의 작화 방식, 예를 들면 인물들의 얼굴 생김새나 제스처, 움직이는 타이밍 등에서의 한국적 재현에 대한 연구 결과는 〈소나기〉에서 일정 정도 이상의 성취로 드러나고 있으며, 전문 성우들의 맛깔나는 연기가 영화의 재미를 십분 살려줬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과는 달리, 〈소중한 날의 꿈〉과 마찬가지로 전문 성우가 아닌 이들을 목소리 이미지만으로 기용해 조금 더 리얼한 느낌으로 그 시절 소년과 소녀의 행복했던 시간을 재현한다. 평온한 일상 속에 소년이 어렴풋이 잠에 들었을 때 어른들의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낮은 말소리로 소녀의 소식을 전해듣는 장면은 원작 소설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폐부를 찌르는 듯한 통증을 가져다준다. (박진희)
Director
안재훈
  • 무녀도 (2018)
  •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