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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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화 주간 초이스

연애 빠진 로맨스 | Nothing Serious

10.21.(토) 16:15 CGV인천연수 2관
〈연애 빠진 로맨스〉는 사랑이 배제된 ‘섹스’에 대해 묻는 영화이다. 시의성 있는 질문을 과감하게 던지는 이 영화는 재기 발랄하고 섹슈얼한 말들로 많은 장면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파편적이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이러한 인상은 자칫 이 영화의 표피가 외설성만으로 점철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더 면밀하게 살펴본다면 이 영화는 섹스에 관한 동시대적 알레고리로 읽을 수 있다.
그중에서 ‘함자영’(전종서 분)이 노인을 대상으로 기획 중인 실버 팟캐스트의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모토가 인상적이다. 영화에는 곧잘 등장하는 이 ‘주인공’이라는 단어는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다른 단어들인 사랑/연애 및 섹스라는 단어와 기이한 공명을 일으킨다. 예컨대, 일반적인 관념으로서 사랑, 섹스를 동반한 현실적 사랑/연애, 사랑/연애 없는 섹스에서 ‘주인공’은 위상학적으로 어떻게 다른가. 어쩌면 이들 사이의 차이는 피상적으로 크게 식별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마도 각각의 사례들은 그것들을 이야기로 풀어낼 때 구축되는 서사(성)의 차원에서 달라질 것이다. 세 사례 모두 행위의 주체로서 ‘나’는 존재한다. 하지만 사랑이 부재한 섹스에서 ‘나’는 관계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행위를 지각하고 감각할 뿐이다. 즉, 참여는 하지만 그것을 사람 간의 관계로서 서사화하지 못하는, 신체 지각적 묘사만이 가능한 주체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직관적인 체험으로 가득한 삶 속에서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삼고 서사를 구축해 내지 못하는 동시대적 한계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는 개개인이 보수적이고 금욕주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을 주지하고 강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 속 할머니의 말처럼 ‘우리 삶에서 우리는 주인공이기도 조연이기도 엑스트라’이기도 하며, 또한 연애 없는 섹스라는 형식의 외피를 쓴 관계를 통해서도 빚어낼 수 있는 인연도 분명히 존재하니 말이다. 〈연애 빠진 로맨스〉를 통해 인연이 이어지는 새로운 과정을 즐기시길! (박준용)
Director
정가영
  • 하트 (2019)
  • 밤치기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