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인천 영화 주간 초이스

첨밀밀 | Comrades: Almost a Love Story

10.22.(일) 10:45 CGV인천연수 1관
1986년, 톈진 출신의 소군과 광저우 출신의 이요는 한날한시에 같은 기차를 타고 홍콩에 도착한다. 톈진에 약혼녀가 있는 소군은 홍콩에 사는 유일한 친척인 고모 집에 머물며 정육점에서 일을 한다. 광둥어도 영어도 못하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가 세운 계획은 하루 빨리 홍콩에서 자리를 잡고서 약혼녀를 데려와 결혼하는 것이다. 반면에, 광둥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이요는 맥도날드와 영어 학원, 꽃집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하면서 야무지게 돈을 벌고 있다. 돈을 빨리 모으기 위해 주식에까지 손을 댄다. 그녀의 목표는 홍콩에서 집을 사서 현지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다.
소군과 이요는 홍콩의 이방인으로서 서로를 도우며 금세 친구가 된다. 나아가 서로를 향한 마음을 깨닫지만 누구도 먼저 고백하지 않는다. 애써 친구일 뿐이라며 스스로를 속인다. 그 사랑은 그들의 계획 속에 없는 변수이기 때문이다. 그처럼 사랑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주방장이 된 소군은 약혼녀와 결혼을 하고, 이요는 암흑가 보스의 연인이 되어 사업가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한다. 겉보기에는 마침내 홍콩 드림을 이룬 듯하지만 공허함을 채울 수 없다. 홍콩이 그들에게 선물한 건, 자아실현이나 경제적 성공이 아니라 운명적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첨밀밀〉은 소군과 이요가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불가피하게 반복하며 파토스를 자아내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이다. 플롯의 전형성에도 불구하고 시대 배경의 세밀한 투영과 관계의 섬세한 묘사로 인해 멜로드라마의 고전으로 불려도 손색없는 작품이다.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의 카메라는 인물들의 감정을 선명하게 포착해 낸다. 80년대 중국의 유명 가수였던 등려군은 중국 출신인 소군과 이요의 정체성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관계 변화의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며 서사에 직접 개입하기도 한다. 그들이 서로를 갈망할 때마다 흘러나오는 등려군의 노래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사랑이 환기시키는 감정의 다양한 결을 가슴 깊이 각인시킨다. (김경태)
Director
진가신
  • 디어리스트 (2014)
  • 아메리칸 드림 인 차이나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