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인천 영화 주간 초이스

초속 5센티미터 | 5 Centimeters per Second

10.22.(일) 13:00 스퀘어원 야외광장
〈초속 5센티미터〉는 지금은 〈너의 이름은〉과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유명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07년작으로, 공간에 대한 뛰어난 묘사와 함께 인물들의 세세한 감정 묘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기 걸작이다.

1994년을 배경으로 하는 1부 ‘벚꽃 이야기’는 도치기현에서 아카리가 도쿄에 있는 타카키에게 보낸 편지로 시작한다. 비슷한 시기에 도쿄의 같은 초등학교에 전학을 왔던, 운동장보다는 도서관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친해졌던 타카키와 아카리는 그러나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아카리가 다시 도치기현으로 이사를 가며 멀어진 상태. 타카키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과거 회상 장면 속에서 타카키와 아카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서서히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관계가 되었지만 타카키는 아카리의 전학 소식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모진 말을 내뱉은 미숙한 소년일 뿐이다. 1부 ‘벚꽃 이야기’는 가고시마현으로 이사를 가게 된 타카키가 전학을 앞두고 아카리를 만나러 도치기현으로 향하는 여정이 주를 이룬다. 도쿄와 도치기현은 서울과 경기도 북부 정도의 거리로 볼 수 있는데 청소년에겐 한번 가려면 큰맘을 먹어야 할 정도로 만만한 거리가 아닐 뿐더러 폭설까지 겹치면서 타카키와 아카리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타카키와 아카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키스를 나누지만 타카키는 그 키스가 두 사람의 관계의 종료임을 눈치챈다. 두 사람의 앞에 놓인 거대한 미래라고 하는 압박과 불안에 타카키는 맞서보려 하지만 2부 ‘코스모너트’에서 등장하는 타카키의 모습은 불안과 압박에 잠식되어 버린 듯 더 이상 아카리와도 교류하지 않는 모습이다. 적당히 무기력하고 적당히 공허한 직장인 타카키가 등장하는 3부 ‘초속5센티미터’에서 타카키는 그저 세파에 휩쓸려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인 어른으로 살면서 특별할 것 없는 나날을 보낸다. 야마자키 마사요시의 심금을 울리는 노래와 함께 엔딩을 장식하는 타카키와 아카리의 몽타주는 마치 ‘특별할 것 없이 사는 것은 그 누구라도 마찬가지이다. 길을 걷다가 어쩌다 한 번씩은 첫사랑을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지금 당장 그 사람을 마주친다고 해도 뭘 어쩔 수도 없을 뿐더러 뭘 어찌할 생각도 없다. ‘어른’이라는 시시한 지위를 유지하는 것 말고는 지금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첫사랑’에 대한 다분히 문학적인 고찰. (박진희)
©Makoto Shinkai/CoMix Wave Films
Director
신카이 마코토
  • 스즈메의 문단속 (2022)
  • 날씨의 아이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