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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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 Leafie, a Hen into the Wild

10.23.(일) 19:00 스퀘어원 야외광장
‘잎싹(문소리)’은 양계장에 갇힌 채 인간이 주는 모이를 먹으며 매일 기계적으로 알을 낳는 암탉이다. 마당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수탉과 씨암탉이 병아리들을 거닐며 마당을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이 보인다. 잎싹의 부러워하는 시선은 양계장 입구 앞에 호기심 어린 얼굴로 멈춰선 병아리에게 고정된다. 불과 몇 미터 떨어져 있는 마당이지만 무척 멀게 느껴진다. 마당은 자유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알을 부화시켜서 엄마가 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양계장에서는 찾을 수 없는 삶의 의미가 거기에 있다. 그녀는 며칠 동안 모이를 먹지 않고서 죽은 척을 하고 마당으로 나오지만, 수탉의 텃새로 어쩔 수 없이 낯선 늪지대로 가게 된다.

잎싹은 숲에서 족제비에게 물려간 청둥오리가 남긴 알을 발견하고는 본능적으로 품는다. 알에서 태어난 아기 오리 ‘초록(유승호)’은 잎싹을 엄마라고 부른다. 마침내 엄마가 된 잎싹은 초록을 정성껏 돌본다. 그러나 사춘기에 접어든 초록은 자신과 달리 수영을 할 수도, 날 수도 없는 엄마로 인해 친구들의 놀림을 당한다. 엄마와 자신이 다른 종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초록은 잎싹을 냉랭하게 대한다. 한편, 잎싹은 그런 불리한 신체 조건에도 기지를 발휘하면서 초록을 끝까지 위기에서 지켜내며 엄마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초록은 철없던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며 청둥오리 무리의 파수꾼이 된다.

분명, 잎싹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존재이다. 양계장에서 인간의 모이를 먹으며 사는 가축으로서의 안전하지만 자식이 부재한 삶보다는. 약육강식이라는 생태계의 위험이 도처에 있더라도 자식과 함께 할 수 있는 늪지대에서의 삶을 선택한다. 심지어 그 자식은 자신과 종이 다르기에 애초에 해줄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그러나 잎싹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양계장에 갇혀있었다면, 혹은 버려진 청둥오리 알을 품에 안지 않았다면, 지금의 초록은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에 모성의 위대함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리하여 <마당을 나온 암탉>은 인류애의 기원으로서의 모성에 대한 우화이다. 모성은 혈연이라는 제한적 조건에서만 자신과 닮은 아이를 향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이를 지키고 돌보고자 하는 인간의 보편적 속성으로 승화되어야만 한다. (김경태)
Director
오성윤
  • 불꽃놀이 (2020)
  • 언더독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