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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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화 주간 초이스

캐롤 | Carol

10.21.(토) 16:45 CGV인천연수 1관
〈캐롤〉은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두 여성의 사랑을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캐롤은 뒤늦게 동성을 향한 특별한 감정을 깨닫고 남편인 하지와 이혼을 한 상태이다. 그녀는 딸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들른 백화점에서 점원인 테레즈를 만나 미묘한 눈길을 주고받는다. 장갑을 찾아준 것을 핑계로 캐롤이 테레즈에게 식사 대접을 하면서 그들은 가까워지고 급기야 단둘이 크리스마스 여행을 떠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하지는 윤리 조항을 들먹이며 딸의 양육권을 빼앗으려 한다. 캐롤은 딸을 되찾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테레즈에게 이별을 고하는 편지를 쓴다.

테레즈는 캐롤의 여행 제안에 대한 섣부른 승낙 때문에 캐롤이 더 이상 딸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자책을 한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이든지 거절하지 않고 좋다고 말하기 때문에,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지금의 사랑조차도 자신의 우유부단한 태도 때문에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모든 제안에 ‘네’라고 수긍할 수 있는 것은 기꺼이 상대방의 세계에 뛰어들어 현재의 자신을 부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마음가짐의 방증이다. 그가 남녀 구분을 떠나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주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쉬이 거절하지 못하는 본성 때문이다.

캐롤은 몇 달 만에 우연히 테레즈를 목격하고 마침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기로 결심한다. 윤리 조항에 부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욕망을 억누르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딸에게 결코 옳지 않다는 판단에서이다. 남편에게 딸의 양육권을 포기하겠으니 대신 딸을 만날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를 승인해 달라는 최후통첩을 한다. 그것이야말로 더 이상 추해지지 않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다. 진정으로 윤리적인 삶이란 사회적 규범과 자기 욕망의 지난한 타협을 통해 자기 자신을 용기 있게 배려하는 자세에 기반한다. 캐롤은 테레즈와 다시 만난 자리에서 자신과 함께 살자는 제안과 동시에 처음으로 사랑 고백을 한다. 이제 테레즈의 용감한 결단만이 남아 있다. (김경태)
Talk
김하나(작가)

황선우(작가)

Director
토드 헤인즈
  • 다크 워터스 (2019)
  • 원더스트럭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