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인천 영화 주간 포커스: 경계 없는 사랑, 한계 없는 친밀성

렛 미 인 | Let Me In

10.22.(일) 13:15 CGV인천연수 1관
〈렛 미 인〉의 제목에 담겨 있는 화자는 누구일까? 또한 “날 들여보내줘.”라는 외침은 누굴 향한 것일까? 〈렛 미 인〉의 서사는 표피적으로 화자는 오웬, 외침은 애비를 향하고 있다고 지시한다. 모든 시점은 오웬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애비는 철저히 오웬의 시선에서만 존재하기에 날 들여보내 달라는 외침의 목소리가 오웬의 것이라 판단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멧 리브스 감독은 둘 사이의 관계가 깊어지는 과정을 세밀하게 담아내며 과연 모든 관계의 시작과 끝이 오웬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인지 의문을 던진다. 그 의문은 결국 애비가 이 모든 관계를 계획하고 토마스를 대체하기 위해 오웬을 섭외한 것이란 음모론으로까지 나아가는데 이로써 〈렛 미 인〉은 전혀 상반된 두 개의 장르로 분파된다. 제목의 화자가 오웬이라면 〈렛 미 인〉은 순정 멜로일 것이다. 애비를 향한 오웬의 사랑은 한없이 순수하고 애비는 오웬의 보호를 적극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회적 타자와 다름없다. 반면 화자가 애비라면 〈렛 미 인〉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애비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모든 인생을 재물 삼을 수 있는 대상을 찾으려는 자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오웬은 애비의 희생양일 뿐이다.

과연 관객인 당신은 〈렛 미 인〉이 어떤 장르에 더 가깝다고 판단하는가? 이 질문은 궁극적으로 낯선 타인을 바라보는 관객의 무의식을 반영한다. 낯선 타인을 적극 보호하고 지켜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관객들에게 〈렛미인〉은 너무도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낯선 타인이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고 나의 안정된 삶의 영역을 침범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재되어 있다면 애비의 모든 행동은 수상할 수밖에 없다. 원작의 감독인 토마스 알프레드손은 엘리를 아랍계 스웨덴 배우로 섭외하고 오스칼은 전형적인 금발의 북유럽 소년으로 캐스팅하여 질문을 더욱 노골적으로 구체화한다. 이러한 캐스팅은 낯선 타자를 향한 북유럽인들의 폭력성을 꼬집으며 오히려 오스칼의 선택을 더욱 숭고하게 만든다. 멧 리브스 감독의 〈렛 미 인〉은 원작이 지니는 관계의 모호함을 선명한 인과관계로 대체하여 원작이 던진 질문을 상쇄시킨다. 여기엔 할리우드 자본이 지닌 이중적 시선이 반영되어 있다. 표피적으로 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폭력을 문제 삼지만 결론적으론 소수자를 구별 짓는 모순적 태도. 리메이크 된 〈렛 미 인〉을 보면서 원작에 담긴 스산한 북유럽 공기가 더욱 그리워지는 이유이다. (이동윤)
영화 해설
손희정 (영화평론가)

Director
멧 리브스
  • 더 배트맨 (2022)
  • 혹성탈출: 종의 전쟁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