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인천 영화 주간 스페셜 Ⅰ: 루카 구아다니노, 열정적 사랑을 감각하다

비거 스플래쉬 | A Bigger Splash

10.22.(일) 11:00 CGV인천연수 3관
성대 수술 후 회복 중인 록스타 메리앤은 남편인 다큐멘터리 감독 폴과 이탈리아의 작은 섬에서 한가로운 휴가를 보내고 있다. 외딴 별장과 그 주변에 어우러진 자연 속에서 수영을 하거나 사랑을 나누고, 책을 읽거나 선탠을 한다. 그 둘만의 오붓한 휴가는 메리앤의 전 애인이자 음반 프로듀서인 해리와 그의 딸 페넬로페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조금씩 균열이 간다. 해리는 자신의 친구들까지 초대하며 별장을 북적거리게 만든다. 과거에 메리앤과 해리는 음악과 술, 마약에 취해 환락의 밤을 함께 보내며 사랑을 했었다. 메리앤은 그의 방탕한 삶에 지쳐 헤어졌다.

이제 메리앤은 지난 시간의 인위적 쾌락에 기반한 도회적 사랑으로부터 벗어나 자연 친화적인 환경에 머물며 안정적인 사랑을 추구하고 있다. 시끄러운 록 음악에 심취하며 정신없이 수다를 떠는 해리와 카메라를 통해 대상을 관조하며 과묵하게 책을 읽는 폴은 명시적으로 두 세계를 대비한다. 특히나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는 메리앤의 상태는 그녀가 현재 속해 있는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리는 그런 그녀에게 자꾸 말을 걸고 심지어 노래까지 부르게 하면서 목소리를 되찾아주고자 한다. 그것은 뜨겁게 사랑했던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과 다름없다. 해리는 메리앤에게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그녀는 해리와 폴이 각각 상징하는 두 종류의 감각 사이에서 갈등한다.

메리앤에게 자꾸 치근대는 해리를 보다 못한 폴은 그가 역겹다고 비난한다. 해리는 수긍하며 모든 인간은 원래 역겹고, 역겨운 걸 알면서도 사랑을 한다고 말한다. 폴은 사랑이라는 말에 콧방귀를 뀐다. 해리는 문란한 난봉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폴은 자신이 하는 사랑을 해리의 욕정 따위와 동일한 층위에 놓을 수가 없다. 그러나 곧바로 폴과 메리앤은 해리보다 더 역겨운 자신과 마주한다. 메리앤은 사랑을 지키기 위해 예술가로서 지켜야 할 인류애를 저버린다.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규율을 넘을 만큼 지독하고 역겨운 존재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경태)
Director
루카 구아다니노
  • 본즈 앤 올 (2022)
  • 서스페리아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