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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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백 | Miss Baek

10.22.(토) 14:00 CGV 인천연수 1관
<미쓰백>의 세계는 강력계 형사, '장섭(이희준)'이 경험하는 세계로 연결된다. 어떤 정의도 통용되지 않는 냉혹함만 가득한 세계. '미쓰백(한지민)'은 그런 장섭의 세계-내-존재로서 그 세계 속에 갇혀 있다. 어머니로부터 폭행 당하고 (비록 딸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철저히 버림받은 순간부터 미쓰백은 절대 장섭의 세계를 벗어날 수 없다. 장섭이 미쓰백과 꿈꾸는 행복한 가정은 주관자가 여유롭게 그려보는 판타지일 뿐이다. 폭력의 세계를 고통 속에서 견뎌내야 하는 피조물에게는 그 어떤 희망을 품는 행위도 일종의 고문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미쓰백은 모든 사람들을 밀어낸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반면 지은은 냉혹한 폭력의 세계에서 끊임없이 벗어나려 노력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미쓰백과 지은의 세계는 서로 맞닿아 있음에도 두 사람이 세계를 대하는 태도는 정반대다. 미쓰백이 주변 인물들을 밀어내며 철저히 그 어떤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면 지은은 적극적으로 그 세계를 벗어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구조요청을 보낸다. 두 사람의 태도 차이는 세계-내-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 절대 벗어날 수 없음을 시간 속에서 터득한 미쓰백과 아직 비극적인 미래를 경험하지 않은 지은의 차이. 이지원 감독은 그사이의 거리감을 서서히 좁혀가며 고통뿐인 세계로부터 탈출 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한다.

감독이 제시한 탐색의 결과를 ‘서로의 상처를 알아봐 주고 보듬는 것’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물론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는 장면들이 등장하기에 이 메시지 자체를 부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미쓰백>이 이러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 선택한 과도한 폭력의 재현은 역설적으로 단순 명료한 메시지를 가리고 희석하며 그 이면을 좀 더 사유하고 직면하도록 만든다. 관객들을 극장의 의자에 포박시켜 놓은 채 보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보도록 강요하는 감독의 태도는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도전적이고 문제적이다. 모든 폭력에 대한 재현은 관람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폭력을 비판하기 위해 결국 폭력을 재현해야 하는 딜레마는 모든 영화들이 안고 있는 숙제이기도 하다. 최근의 대부분 많은 영화는 이 논란을 애초에 피해간다. 쓸데없는 논쟁과 비판을 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아 그냥 폭력 재현을 생략하거나 메타포로 감춘다. 하지만 이지원 감독은 애써 돌아가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이들의 세계다’라고 직시하도록 만든다. 미쓰백과 지원의 세계는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팝콘을 씹어가며 관조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다. 어쩌면 이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바로 두 사람을 폭력의 세계 속에서 건져 올리는 방법이 아닐까? (이동윤)
Director
이지원
  • 그녀에게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