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인천 영화 주간 스페셜 Ⅰ: 루카 구아다니노, 열정적 사랑을 감각하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Call Me by Your Name

10.22.(일) 16:30 CGV인천연수 2관
1983년 여름,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한적한 시골 마을의 별장에서 열일곱 살 소년 엘리오는 부모와 함께 휴가를 보내고 있다. 고고학자인 아버지의 연구를 도와주러 미국에서 온 청년 올리버는 그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긴다. 그들은 함께 차가운 강물에서 수영을 하며 더위를 식히거나,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낮잠을 즐긴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기타를 연주하거나 직접 딴 복숭아를 베어 문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느긋한 자연의 품 안에 내맡겨진다. 서로를 향한 동성애적 감정도 마치 그 일부처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사랑은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자연의 전유물에 불과하다. 이처럼 영화는 동성애를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분리해 내어 자연적 속성으로 환원시킨다.

자연 속에 파묻혀 느긋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은 사랑에 집중하고 그것을 키워나가는 데 유용한 자양분이 되어준다. 그 느린 시간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이성애와 동성애를 구분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더욱 솔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마침내 엘리오와 올리버는 처음으로 함께 밤을 보낸다. 침대 위에서 서로를 마주한 채 열정적으로 애무를 하며 옷가지를 벗어던진다. 카메라는 서서히 팬 하며 어두운 창밖으로 우둑하니 서 있는 한그루의 나무를 응시한다. 절정에 다다른 사랑을 다시금 그 고요한 자연 속으로 돌려보낸다.

올리버가 미국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그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그들은 함께 거대한 폭포수가 떨어지는 산을 오르거나 술에 취해 한적한 밤거리를 배회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올리버와 작별을 하고 돌아와 힘들어하는 엘리오에게 아버지는 그가 느꼈던 우정, 혹은 우정 이상의 그 감정을 기억하라고 말한다. 그가 평생 충실해야 할 대상은 사회가 요구하는 특정한 규범이 아니라 바로 그 감정이기 때문이다. 사랑 앞에서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그 사랑밖에 없어야 한다. 동성애자냐 이성애자냐의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반복컨대, 집중해야 할 것은 사랑이 상기시키는 자신의 위치가 아니라 오롯이 그 뜨거운 감정이다. (김경태)
영화 해설
송경원 (영화평론가)

Director
루카 구아다니노
  • 본즈 앤 올 (2022)
  • 서스페리아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