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인천 영화 주간 스페셜 Ⅱ: 동시대 일본 멜로드라마, 사랑의 최전선에 서다

러브 라이프 | LOVE LIFE

10.21.(토) 10:45 CGV인천연수 1관
시청 사회복지과에서 일하는 타에코는 아들 케이타를 데리고 직장 동료인 지로와 재혼을 했다. 케이타의 아버지이자 타에코의 남편이었던 신지는 아무런 이유 없이 집을 나갔고, 타에코는 그를 찾기 위해 일부러 사회복지과에 지원해서 노숙자들을 돌봐왔다. 타에코가 신지를 찾는 일을 돕던 지로는 그녀와 사랑에 빠지면서 약혼녀와도 헤어졌다. 지로의 아버지는 아들이 애 딸린 여자와 결혼한 것을 탐탁지 않아 한다. 타에코와 지로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집에 초대해서 직장 동료들까지 동원하며 생일 축하 이벤트를 벌인다. 화해의 분위기가 무르익은 순간, 케이타가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빠져 숨지고 만다.

케이타의 죽음을 계기로 타에코와 신지는 재회한다. 신지가 다시 일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치자 타에코가 잠시 외면했던 사랑이 다시 고개를 든다. 그녀는 신지를 끝까지 책임지기로 결심한다. 일자리를 찾아주고 시부모가 이사를 간 집에 잠시 머물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밥을 챙겨주고 빨래를 함께 널기도 한다. 그것은 상대를 독점하려는 사랑도,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랑도,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려는 사랑도 아니다. 단지 불완전한 타인을 납득할 수 없더라도 그대로 표용하고 온전히 보살피려는 욕망에 종속된 사랑의 형태이다.

심지어 타에코는 한국에 있는 신지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지로의 만류에도 신지와 한국을 다녀온다. 집에 돌아온 타에코는 마치 잠시 외출을 하고 온 듯이 지로에게 인사를 건넨다. 지로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그들은 평소처럼 함께 산책을 나가기로 한다. 창밖으로 나간 카메라는 현관문을 열고 나온 그들이 계단을 내려가 농구장을 가로질러 가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멀리서 응시한다. 카메라는 섣불리 다가가지 않는다. 그것은 지로와 타에코가 스스로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기를 인내하며 기다리기 위한 유보의 거리 두기이다.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윤리적 사랑의 발명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타에코가 보여준 헌신적 사랑의 태도에 감응했다면, 그녀가 신지를 포용했듯이 지로도 사랑하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할 것이다. (김경태)
Director
후카다 코지
  • 옆얼굴 (2019)
  • 하모니움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