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프로그램

인천 영화 주간 스페셜 Ⅱ: 동시대 일본 멜로드라마, 사랑의 최전선에 서다

사랑이 뭘까 | What Is Love?

10.21.(토) 20:30 CGV인천연수 3관
테루코는 친구의 결혼 피로연에서 마모루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나, 마모루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테루코를 찾으면서 자신을 좋아하는 그녀의 마음을 이용한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는 오매불망 그의 연락을 기다린다. 먼저 연락을 줄 때까지, 혹은 그를 불러낼 적당한 이유가 생길 때까지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그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행복하다. 어떻게든 그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 그의 곁에 머물고자 한다. 급기야 그와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둔다. 그녀의 삶은 온전히 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테루코는 사랑에 대한 통념들을 뒤엎으며 기존의 로맨스 공식을 허물어트린다. 마모루가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고, 연상의 스미레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랑을 멈추지 못한다. 그 사랑은 눈물을 머금고 뒤돌아서는 신파조의 멜로드라마에도, 해피엔딩을 기대케 하는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에도, 모두를 무너트리는 집착과 광기의 스릴러에도 가둘 수 없다. 사랑을 다루는 익숙한 장르로부터 모두 비껴 가면서 우리는 때 묻지 않은 사랑의 기묘한 본령을 목격한다. 그것은 모든 계산과 겉치레를 벗어버린 날것 그대로의 사랑이다. 때 묻지 않은 사랑은 우리에게 사랑을 대하는 낯선 감각을 선사한다.

사랑의 목적은 단 하나, 언제나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머무는 것이다. 그 사랑의 궁극적 지향점은 연애나 결혼이 아니라 그와의 합일이다. 연애와 결혼이라는 독점적인 관계 맺기는 그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가장 세속적인 과정일 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멀리 돌아가는 다른 방식을 강구한다. 친구 관계로 그의 곁에 머무는 것. 독점적 사랑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다면 사랑하는 사람 곁에 머물기는 수월하다. 마모루에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짓 고백을 하고서 친구로 지내겠다는 약속을 한다. 날것 그대로의 사랑, 미래가 없는 사랑은 세상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영화는 오랜 시간 세속화된 사랑을 각성시키며 태곳적 사랑을 뚜렷하게 환기시킨다. (김경태)
Director
이마이즈미 리키야
  • 그 시절 (2021)
  • 좋아해, 너를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