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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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사용설명서 | How to Use Guys with Secret Tips

10.22.(일) 19:45 CGV인천연수 3관
〈남자사용설명서〉는 제목으로만 영화의 내용을 유추해 본다면, 남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누군가의 고군분투기로 읽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예상은 영화가 시작되면 조금씩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영화의 초반부 ‘보나’(이시영 분)는 우연히 만난 연애박사 ‘Dr. 스왈스키’(박영규 분)로부터 ‘남자사용설명서’를 얻게 된다. Dr. 스왈스키가 건넨 VHS 양식의 낡은 비디오테이프에는 이성을, 특히 남자를 매혹하는 다양한 기술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평소 자존감이 낮은 보나에게 ‘남자사용설명서’는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병법서인 동시에 타인에게 다가서기 위한 심리적 문턱을 낮춰주는 촉매제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 영화는 조금씩 자신감을 가지며 변화하는 보나에게 톱스타 ‘승재’(오정세 분)가 점점 호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후 승재는 점점 더 보나에게 매료되어 종래에는 진심으로 사랑을 갈구하는 데까지 이른다. 하지만 ‘남자사용설명서’를 통해 얻게 된 보나의 변화가 지시하고 있는 것이 ‘고진감래’의 동시대적 용례는 아닐 것이다. 보나의 변화가 함축하고 있는 것은 남자로 대표되는 전문성(영화 혹은 CF 촬영 현장으로 상징된)이라는 권력의 기울어진 추를 힘의 평형 상태로 복원하려는 하나의 시도로 읽을 필요가 있다. 달리 말하면, ‘남자사용설명서’는 절대적 다수 속에서 소수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예시하는 것이자 남자라는 사이비-권력의 허구를 드러내는 시도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이 보나의 생물학적 성(性)에 기반한 제스처와 외적 형태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는 점에서 역설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진지한’ 관점에 기대어 이 영화의 진정한 즐거움을 외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남자사용설명서〉는 〈상의원〉(2014)과 〈킬링 로맨스〉(2023)를 연출한 이원석 감독의 데뷔작이다. 이번 상영은 감독 특유의 독자적인 코드로 쌓아 올린 코미디의 주춧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박준용)
Director
이원석LEE Won-suk
  • 킬링 로맨스 (2021)
  • 랄라랜드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