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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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영화 열전

연애소설 | Lover's Concerto

10.22.(일) 13:15 CGV인천연수 2관
〈연애소설〉은 미스테리 탐정 서사 구조를 차용한다. 탐정으로서의 지환은 갑자기 사라진 옛 첫사랑의 추억을 더듬어 수인의 존재를 찾아가지만 결국 그가 발견하는 것은 수인과 경희 사이의 관계다. 표면적으로 수인과 경희는 모두 지환을 좋아하는 것으로 그려지지만 애초에 그녀들의 감정은 이성이 아닌 동성, 서로를 향해 있었다. 이 단서는 〈연애소설〉의 중요한 핵심이자 근간이다. 하지만 미스테리 탐정 서사는 사건을 풀어가는 탐정의 시선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다. 탐정이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더 큰 흥미를 유발하며 피해자의 서사를 발견의 쾌감을 위한 도구로 휘발시켜 버린다. 이러한 맹점은 〈연애소설〉 속 수인과 경희의 감정, 더 나아가 지환과 수인, 경희 사이의 모든 감정들에도 영향을 끼친다. 서사는 결국 세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의 결들을 살펴볼 여력 없이 지환과 (사실은 수인이었던) 경희의 재회로 빠르게 봉합된다. 〈연애소설〉의 결말은 세 사람이 함께했던 순간들의 감정을 지환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수인과 경희의 감정을 마치 어릴 적 누구나 겪을 수 있을 법한 과정, 또는 죽음을 마주한 두 존재가 서로 의지하며 깊어진 감정의 결과 등등으로 치부해 버린다.

〈연애소설〉이 등장한 이후 20년이 지나서야 우리는 OTT 플랫폼을 통해서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 〈좋아하면 울리는 짝!짝!짝!〉을 만난다. 극 초반의 핵심 관계는 남성인 꽃사슴을 사이에 둔 자스민과 백장미라는 두 여성 사이의 경쟁 구도로 묘사된다. 하지만 자스민이 백장미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고백하는 순간 관계의 구도는 자스민을 중심으로, 또 다시 백장미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결국 〈연애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자스민-꽃사슴의 결합으로 서사가 귀결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자스민과 백장미의 관계를 쉽게 간과하지 못한다. 그것은 서사의 중심을 단순하게 남성(꽃사슴)을 중심으로 공고히 세우지 않았기에 가능한 결과다.
관계를 남성(지환) 중심에서 꽃사슴-자스민-백장미와의 관계로 확장시키는 데 걸린 시간이 20년이었으니 앞으로 20년 뒤 우리에겐 어떤 서사들이 다가오게 될까? 사뭇 그 미래가 지금부터 기다려진다. (이동윤)
Director
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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