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4

영화의 초반부는 어린 시절에 처음 만난 미소와 하은이 친구가 되어 친밀하게 일상을 공유하는 모습을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녹여낸다. 깊은 우정을 나누는 그들은 서로가 있기에 완전할 수 있으며, 그만큼 서로가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들다. 언제까지나 지속될 듯했던 관계는 하은이 진우를 만나 첫사랑에 빠지면서 조금씩 어긋난다. 나아가 미소가 남자 친구를 따라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제주도를 떠나기로 결심하면서 그들의 우정은 시험대에 오른다. 남성과의 혼인과 출산은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이성애 규범적 성장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다. 미소와 하은 역시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남성과의 관계는 그들에게 상처만을 남긴다. 사실 그동안 미소와 하은은 비록 남자를 사랑하듯 서로를 독점하지 않았어도, 혹은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더라도, 심지어 오해 때문에 심하게 다투었더라도, 변함없이 서로를 삶의 중심에 두고 있었다. 그들은 뒤늦게 남자 없는 삶으로 함께 나아간다. (김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