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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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드 히미코 | La Maison De Himiko

10.23.(일) 18:00 CGV 인천연수 2관
남성들의 성희롱이 가득한 회사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오리(시바사키 코우)’. 그녀는 오래전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난 게이 아버지 히미코를 원망하며 살아왔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자신이 아버지의 애인이라는 ‘하루히코(오다기리 죠)’라는 남자가 찾아와 그녀의 아버지가 말기 암이라는 소식을 전한다. 그러고는 아버지가 있는 성 소수자 실버타운 메종 드 히미코에서 아르바이트로 집안일을 도울 것을 제안한다. 결국 사오리는 회사와 메종에 양발을 하나씩 담그게 된다.

메종 드 히미코 성 소수자들의 짓궂은 장난은 회사 전무의 성욕과 작동 방식이 유사하다. 게이가 사오리의 가슴을 갑자기 움켜잡는 것은 자신의 비-남성성을 승인받기 위한 제의(祭儀)처럼 보인다. 그러니 메종 드 히미코는 폭력적인 공간일 수 있다. 그 두 공간 모두에 대한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그 안에서 사오리의 존재는 미결정으로 남는다. 제대로 호명되지 않기에 주체가 될 수도 없다. 사오리를 통해 보면 우리는 남성성의 폭력과 성소수자의 고통만을 재확인한다. 사오리의 존재는 특별하기에 우리는 그녀를 잘 봐야 한다. 하루히코는 게이이기 때문에 여성인 사오리와의 성관계는 불가능하다. 사오리와 하루히코와의 관계가 성관계로 이어지지 않듯, 그녀와 전무와의 성관계는 관계로 이어지지 않는다. 성관계는 불가능하지만 관계는 사오리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다.

노년의 트랜스젠더 여성 ‘루비’가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것이 무리인 상황에서 루비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모르는 가족에게로 돌아간다. 고립된 소수자들은 그저 늙고 병들어간다. 어찌할 수 없이 우리는 잠시 슬퍼하다가 곧 떠나고는 잊어버린다. 이후에 루비는 어떻게 됐을까?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 건 영화가 바라는 낙관적인 결말이다. 루비가 돌아온다면 비관적이지만 또한 희망적이기도 하다. 사오리를 중심으로 그 공동체의 정치적 비전이 형성된다. 한편, 낙인으로 가득한 메종 드 히미코의 담벼락은 호명의 도구가 된다. 사실 그렇다. 집 밖에 있더라도 우리는 줄곧 가족이라 부른다. 문제는 출입 가능성이다. 누가 알겠는가? 이따금 자신을 불러주고 문 열어주길 기다리는 이들이 얼마나 더 많을지. (박치영)
Talk
김순남

『가족을 구성할 권리』 저자.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 여성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하며 ‘젠더연구소’ 연구교수, ‘한국여성학회’ 이사, ‘한국가족학회’ 연구위원으로도 일한다. ‘오류동퀴어세미나’를 통해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섞이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Director
이누도 잇신
  • 서툴지만, 사랑 (2014)
  • 무사 노보우: 최후의 결전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