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화 주간 2023

역대 프로그램

IFWK 2021

담보 | Pawn

  • 한국
  • 2020
  • 113'
  • 12
  • Fiction
<담보>는 사채업자인 두석과 종배는 조선족 출신의 명자가 빌려 간 돈을 갚지 않자 그녀의 9살 난 아이 승이를 ‘담보물’로 데려온다. 불법체류자였던 명자가 강제 출국을 당하면서 두석에게 큰아버지가 승이를 입양 보낼 때까지만 잠시 보살펴 달라고 부탁한다. 졸지에 두석은 종배와 함께 승이의 보호자가 되고, 승이는 어머니를 잃었지만 대신 두 명의 아버지가 생긴다. 물론 승이가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로에게 차츰 마음을 연다. 앞으로 영화는 채무자와 담보물로 맺게 된 관계가 부녀 관계로 변화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그런데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부녀 관계의 애틋함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기에 관객들을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영화는 이를 위해 승이를 돌봄이 필요한 아이로 바라보는 두석과 대비되는 일련의 인물들을 제시한다. 그들은 두석과 달리 승이를 착취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두석으로부터 도망쳐 홀로 밤거리를 배회하던 승이에게 한 노숙자가 접근해서 납치하려 한다. 그는 집 나온 아이들에게 구걸을 시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가짜 큰아버지는 승이를 데려와 룸살롱의 마담에게 팔아버린다. 마담은 승이를 학교에 보낼 생각도 없이 밤늦게까지 잔심부름을 시키고, 손님이 던진 술잔 때문에 얼굴에 생긴 상처를 제대로 치료해 주지도 않는다. 두석은 이런 나쁜 어른들로부터 승이를 치열하게 지켜낸다. 두석은 한국 호적이 없어 학교 입학이 불가능한 승이를 위해 입양을 결심한다. 이제 두석과 종배는 모두 혼인을 하지 않은 채 승이의 아버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어느새 승이는 그들에게 삶의 소소한 기쁨들을 선사하며 그들이 성실하게 일하며 돈을 벌기 위한 목표가 되어 있다. 이 영화가 품고 있는 뜻밖의 급진성은 바로 그 두 명의 아버지와 딸이라는 비규범적 가족 형태의 재현에서 기인한다. 그리고 익숙한 신파적 요소를 통해 그 낯선 가족을 감정적으로 동화시키고 납득시킨다. 어느새 아버지들과 승이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부녀 관계의 모습들로 등장한다. 혈연 중심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석과 승이의 서로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진다. 더욱이 승이가 조선족이라는 설정은 그 입양의 의미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즉, 추방된 이주노동자의 딸을 기꺼이 입양하는 것은 타자와의 견고한 연대를 향한 상징적인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그것은 소외 계층에 대한 연민을 넘어 그들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에 다름없다. 그 입양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님을 하는 승이는 사고로 실종된 두석을 1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찾아다니며 그 은혜에 보답하려 한다. 이처럼 눈물을 쏟게 만드는 슬픈 가족 멜로드라마라는 친숙한 장르 이면에 우리가 간과하지 말고 곱씹어야 할 낯선 교훈이 있다. (김경태)
Director
강대규